만나고싶었습니다

이석희 동문님, 반갑습니다. 서울공대지 독자이신 동문들께 간단히 현재 동문님의 근황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근황이라면, 우리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위해 열심히 개발,생산하고 판매하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과거의 메모리 산업은 CPU가 Master device고 메모리는 Slave device라서 굉장히 단순했어요. 그러다 보니 시황이 변하면 출렁이는 부분도 굉장히 많았고 또 여러 업체가 경쟁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DRAM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세개 업체만 남았어요. 따라서 변동의 진폭도 줄어들었지요. 또한 최근 빅데이터나 머신러닝 등이 큰 관심을 끌면서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메모리 분야에서 양질의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시장에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전세계 IT산업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 일에 집중하고 있지요. 또 하나는 좋은 사람을 얻는 일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결국 사람이 해야 하는 HI-TECH 산업이기때문에 좋은 사람들을 확보하는 데에 시간의 상당부분을 쓰고 있습니다.

 

1984년에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진학하셨는데 당시 무기재료공학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1984년에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에 입학을 했는데 무기재료공학을 선택한 계기가 있다면, 그 무렵 우주왕복선이 처음으로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우주왕복선의 외부를 감싸고 있는 내열, 단열 세라믹 신소재에 관련된 내용이 TV에서 크게 소개가 되면서 신소재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마침 제 고등학교 친구 아버님이 한양대 무기재료학과 교수님이셔서, 지원하기 전에 전화로 한번 여쭤봤어요. ‘TV 보니까 이런게 나오고 하는데 이 분야가 앞으로 어떻습니까’ 그랬더니 ‘한번 해볼만한 분야다’ 하셨죠. 그분께서 무기재료과 교수님이셔서 그러셨는지도 모르겠지만 는 그 말의 영향으로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학과 이름도 무기재료공학과로 바뀌면서 84학번부터 학과의 순위가 굉장히 올라갔어요. 아마 그 이후로도 더 올라갔을거에요. 그래서 그 무렵부터 재료공학부에 좋은 학생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대학생 시절의 생각나는 은사님이나 동료, 선후배가 있으신지요?

 

여러 분들이 계신데요. 일단은 제 석사 지도교수님이셨던 정수진 교수님이 계십니다. 제가 3학년 때, 결정학개론 수업을 들으면서 결정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교수님의 연구실에 지원을 했지요. 정수진 교수님의 지도를 계속 받았기 때문에 가장 생각이 나고요, 은퇴하셨지만 지금도 가끔씩 뵙곤 합니다. 또 제자들끼리 모여가지고 골프도 치곤 하구요. 또 생각나는 교수님은 지금은 포항공대 총장으로 계신 김도연 교수님이십니다. 김도연 교수님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처음 뵈었습니다. 당시에는 학과에 젊은 교수님이 몇 분 안 계셨어요. 그 때는 류한일 교수님도 오시기 전이어서 김도연 교수님께서 혼자 젊은 교수님으로서 학과의 변화를 주도하고 계셨고, 수업도 열심히 하시고 학생지도도 많이 하시고 하셔서 아직도 가끔 뵙습니다. 언론에 저희 회사 좋은 소식 나면 문자로 격려해주시고 그렇습니다. 또 한 분은 김형준 교수님이신데요. 아무래도 제가 반도체쪽 길을 걷는 데에 많은 영향을 주셨기 때문에 생각이 납니다. 김형준 교수님도 계속 뵙고 있습니다. 선후배 동료로는 제 동기인 홍성현 교수가 있습니다. 학부때에는 운동도 같이 자주 했구요. 그리고 황철성 교수님이 계신데, 저보다 한 해 선배예요. 그분과는 대학원 생활을 같이 했기 때문에, 지금도 아주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같은 반도체 분야를 연구하시면서 좋은 제자들을 많이 키워서 보내주시고 계십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있으시면 한 두 가지 소개부탁드립니다.

 

무기재료공학과는 학과가 굉장히 작았어요. 저희 학번에 서른 세명이 입학했었거든요. 아마 졸업 정원제가 있어서 졸업 정원은 삼십명이었는데 중간에 그만둔 친구들도 있어서 결국은 다 졸업을 했을 거에요. 당시에 학내 상황이 여러 가지 이슈 때문에 어려웠잖아요? 학창 시절엔, 학원자율화와 관련해 학내에서 여러 가지 민주화 움직임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가슴 아픈 일도 많았지요. 좋은 기억이라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우리 시대 대학생으로서는 이런 것들이 가장 기억에 남죠. 다른 추억이라면, 학과 인원이 적어서 단합이 잘 돼서 체육대회 같은 것도 활발하게 진행이 되었고, 또 선후배님들과 굉장히 끈끈하게 지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선배님들 뵈어요. 우리 학과의 장점이 그런 것 같아요. 굉장히 끈끈하게 단합이 잘 되어 지금도 동기모임을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졸업 후 회사(현대전자)에 계시다가 미국 Stanford University로 유학을 가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으셨는데 유학을 가신 계기와 또 유학시절 추억이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있었을 때 연구소에서 트랜지스터의 핵심 레이어라고 할 수 있는 게이트옥사이드에 대한 연구를 했어요. 그때 했던 연구들 중에 실적이 굉장히 좋은 연구가 있어서, 하이닉스(그 당시 현대전자)창사 이래 최초로 소자분야에서 가장 큰 학회인 IEDM에 제가 first author로 accept가 되고 논문을 냈어요. 그런 경험을 하다 보니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서 유학 준비를 하게 되었죠. 병역특례 5년을 마치고, 스탠퍼드로 가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으신 세부분야는 어떤 분야이고 이후에 KAIST나 SK하이닉스에서 연구하신 분야와 어떤 관련이 있으신지요?

 

박사학위 논문은 배선 쪽 분야입니다. 칩을 만들 때 metalization쪽 배선의 신뢰성과 관련된 게 제 학위 논문이구요. 주영창 교수님 학과에서 그런 분야를 다루는데 거의 비슷하지요. 알루미늄하고 구리(copper) 두 가지를 다루었어요. 90년대 말에 copper interconnect가 사용된다. 또는 불가능하다. 하면서 한참 시끄러울 때였거든요. IBM에서 제일 먼저 치고 나와 알루미늄과 copper interconnect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하이닉스에서 제가 해왔던 연구와는 사실 연관이 없어요. 하이닉스에서 했던 연구는 아주 얇은 thin dielectric에 대한 연구였지요. 아무튼

 interconnect 분야를 접한 것이 제게 굉장히 큰 전환점이 됐어요. interconnect 연구를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thin film stress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됐고요, 그러면서 기계과에서 theory of electricity, continuum mechanics같은 과목들도 들으면서 stress에 관해 깊게 공부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제 부전공이 mechanical property입니다. 근데 그게 너무 우연하게도 잘 맞아떨어졌던 것이, 제가 2000년대 초반에 박사를 졸업한 후 인텔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그 무렵 트랜지스터 scaling이 벽에 부딪히면서 strain silicon이라는 기술이 필요해졌어요. 그게 뭐냐하면 silicon에 strain이 인가되면 band gap 구조가 바뀌면서 carrier mobility가 획기적으로 증가되는 기술입니다. intel이 업계 최초로 그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죠. 1960년대에서부터 silicon band에 대해 여러 가지 이론적인 연구가 되어있었지만 그걸 실험으로 구현하는 것은 80년대에나 진행되었거든요 그걸 인텔에서 제품화하려고 하던 단계였는데 제가 마침 학교에서 stress에 관한 공부를 깊게 하고 회사에 들어가게 된 거죠. 제가 하는 일은 트랜지스터에 관련된 일이었지만 다른 그냥 일반 전자과 커리큘럼을 공부한 사람들은 stress에 대한 공부를 한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 연구에 큰 기여를 하게 된 거에요. 정말 운이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계시다가 기업으로 이직을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이직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하고, 또 대학과 기업의 차이점이나 장단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저는 2010년에 귀국을 해서 카이스트 전자과 교수로 부임을 했습니다. 트랜지스터 관련해서,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 아니면 분석 이런 것들에 대한 연구를 했죠. 한때 연구실에 제자를 스무명까지 키웠구요. 정말 열심히 뛰어가면서 키웠는데 어느 날 SK에서 R&D쪽을 좀 맡아달라 또 일등정신 이런 것도 회사에 심어 줬으면 좋겠다 하는 부탁이 왔어요. 처음에는 양해를 구했죠. 카이스트에 교수로 부임할 때 저는 그게 저의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했고, 정말 열심히 제자들을 키워 사회에 내보내서 그 제자들이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양해를 구했던 것 입니다. 그런데 요청이 계속 반복되었고 저도 다시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정년 퇴임 전까지 박사 학생을 키워서 사회에 내보낼 수 있는 인원이 몇 명쯤 될 것이며 그 학생들이 경험을 쌓고 사회에 기여하기 시작하려면 언제 쯤 되겠다 하는 생각과 회사에 가서 큰 조직을 맡아서 뭔가 변화를 일으키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비교해보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직접 큰 조직을 맡아서 변화를 시키면 좀 더 빨리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SK하이닉스가 발전하면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는 것이고 동시에 여러 엔지니어들이 혜택을 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주위에서 특히 제 아내가 만류했지만, 저는 그냥 그렇게 결정을 했습니다.

 

SK하이닉스에서 미래기술연구원장과 DRAM개발사업부를 맡으셨고 현재는 사업총괄 사장으로 반도체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분이신데,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현황 및 전망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고, 그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잘 해오고 있거나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들은 어떤 분야입니까?

 

하이닉스에서 미래기술원장을 맡았고 DRAM 사업도 개발했고, 사업 총괄도 하고 7월부터는 경영지원 총괄도 겸직을 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책임이 많아졌지요. 지금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실적으로 발표되는 것을 보면 아시겠지만 올해는 상당히 호황이고 굉장히 좋아요. 이게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냐 하면 전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머신러닝 분야는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2009년에만 해도 우리가 만드는 DRAM의 70%가 PC용이었어요. 그만큼 우리 업이 단순했지요. 그런데 스마트폰이 나오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분야가 확 크면서 또 한 번 이 시장을 견인했습니다. 이제는 머신러닝에 들어가는 서버가 또다시 이것을 견인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빨리 실력을 키워서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을 제때에 공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지, 시장 자체의 전망은 상당히 밝다고 생각합니다. DRAM 뿐만 아니라 낸드 플래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사람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이 컴퓨팅 시스템에 spinning 하는 마지막 부품인 하드드라이브를 이제 없앨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전력소모량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스피드도 빨라지죠. 그렇기 때문에 낸드 플래시 분야도 앞으로 계속 성장하게 될 겁니다. 낸드 플래시하는 회사들이 굉장히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같은 흐름으로 CPU/메모리/storage 이렇게 단순화되어 있던 기존 시스템과 달리 지금은 점점 분화가 되고 있습니다. 모바일용, 하이엔드 서버용, 머신러닝에 특화 된 것, 등등 여러 가지 분야로 분화가 되고 있어서 그에 맞는 메모리를 개발하고 있구요. 또 다른 기술로 HBM(High Bandwith Memory)이라는 것이 있는데, I/O 개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서 Bandwith를 확 늘리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입니다. 그게 머신러닝, 딥러닝에서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쪼개서 수학적으로 보면 결국은 행렬의 내적 또는 그냥 더하기 연산이에요. 그 연산을 빨리 할 수 있는 병렬 프로세스는 GPU가 many core를 갖기 때문에 가능한 거구요. 그 각각의 것들이 메모리에 빠르게 access 하기 위해서는 차로가 넓어야해요. 그게 Bandwith인데, 그래서 I/O 개수를 확 늘려서 차선을 많이 확보하는 겁니다. 그런 새로운 개념의 메모리가 앞으로 계속 나올 겁니다. 이와 같은 신기술들을 미리 구상하기 위해 관련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하고 굉장히 협업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미래를 위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의 추격도 무서운데요, 4차산업혁명의 도래와 같은 급변하는 산업환경 하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할까요? 반대로 현재 걸림이 되는 장애물이나 규제는 무엇인가요?

 

중국 얘기를 안할 수가 없지요. 중국 사람들이 반도체 산업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 되겠죠. 거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미세화 공정을 계속 한 발 앞서 나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까 말씀드린 그 플랫폼이 요구하는 미래형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죠. 그게 간단치는 않지만 그런 것을 앞서서 준비해서 첨단 제품을 미리 공급을 해나가면서 격차를 벌리거나 유지하는 것이 우리 전략입니다. 미세화에는 소자와 공정이 주가 되고 신제품 개발에는 제품의 기획 능력과 설계가 중요합니다. 두 축을 가지고 계속 격차를 늘려가야 되는데 한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어차피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인데 반도체 쪽의 인재들이 학교에서 계속 배출이 되어야 하거든요. 여러 채널에서 반도체는 이미 성숙된 산업이고 기업에서 너무나 잘 하고 있다고 얘기하기 때문에, R&D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국가가 학교를 지원하고 연구를 지원하고 학생을 육성하는 규모가 과거보다 줄어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새로운 분야에 국가 R&D 자원을 배분하다보니 우려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반도체이고, 사양산업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반도체이고 앞으로 계속 발전할 사업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여러 채널을 통해서 의견을 전달하고는 있습니다.

 

우리 공과대학은 사장님과 같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물론 산업계뿐만 아니라 학계와 사회 전반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변화가 워낙 빨라서 ‘지금 배운 것을 졸업하면 써먹지 못할’ 정도입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리더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어떤 준비를 더 해야 하는지, 학교가 중점을 두고 육성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의견을 부탁 드립니다.

 

저도 경험을 해보니까, 학부때 배운 것을 사회에 나와서 써 먹는다 라는 생각은 좀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물리나 화학 같은 기초 학문이지 않습니까. 전자기학이 뭐 변하나요? 그런 기초가 되어 있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 다음에는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자세만 있으면 됩니다. 저는 지금도 계속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가 책에 없고 논문에 없는 것들입니다. 학문의 새로운 유행을 따라가는 것도 막을 수는 없겠지만 학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다지기인 것 같아요. 기본에 대한 이해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죠. 제가 우리 구성원들한테 강조하는 부분이 진짜로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가 엄청나게 큰데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차라리 자기가 모른다라고 생각하면 열심히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잘 모르면서 안다라고 생각하는게 제일 위험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학부때는 그런 기초를 확실하게 이해를 하고 졸업을 하는게 가장 중요하죠. 그 다음은 다 배우면 되니까요. 특히 우리 동문들께서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은 탁월하시니까 다 잘 하실 거라고 봅니다.

 

앞선 질문과 연관되어 있습니다만, 동문으로서, 그리고 기업의 경영인으로서 서울공대의 교육과 관련하여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교육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초를 잘 다져주는 것이 중요하죠. 우리가 알고 있는 해외 유명 대학들에서 학부 교육 하는 것을 보면 정말 그런 기본을 잘 가르치더라구요. 그 다음은 학생들이 사회에 가거나 진학을 하거나 해서 스스로 가지치며 뻗어나가는 거거든요. 우리 공대도 그러한 것에 중점적으로 신경 써 주셨으면 합니다. 기본이 잘갖춰져 있으면 그 친구들이 창업을 하더라도 잘 할 것 같구요. 학계나 산업계 원로들께서 하시는 말 중에 잘하는 애들은 뭘 해도 잘한다고들 하는데, 그게 아마 기초가 잘 갖춰진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거라 생각됩니다.

 

SK하이닉스는 우리 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SK하이닉스가 바라는 인재상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우리 구성원들 자체적으로 하이닉스의 DNA가 무엇인가 하는 survey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하이닉스의 역사가 참 순탄치만은 않았잖아요? 여러 굴곡을 거치면서 구성원들 사이에 자리잡은 consensus가 있더라구요. 그게 치열함, 끈기 이런 것들이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회사가 훨씬 좋아졌고, 시스템도 잘 갖춰졌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신입사원들에게 그것을 덕목으로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추격형에서 리드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고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또 점점 더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소통을 잘 할 수 있어야 해요. 일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협업을 잘 하느냐 아니냐에서 성패가 갈립니다. 협업을 잘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야죠. 상대방이 어려운 점을 공감하면서 도와주고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그런 사람을 저는 바랍니다.

 

SK하이닉스에는 우리 서울 공대 동문들이 많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동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잘 하고 있는 면은 당연히 많을테니 접어두고, 동문님이 보실 때 특히 후배 동문들에게 어떤 면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 기회에 우리 동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서울 공대 졸업생들은 일단 공부를 잘 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공부만 잘하는 사람으로 그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는 서울 공대에 리더가 될 인재들을 기대합니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만 잘해서는 안되고, 소통 능력도 있어야하고 공감 능력도 있어야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합니다. 지금 너무 공부만 강조하다 보니 그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뒤에 질문에 우리 후배 동문들의 아쉬운 점을 물어보셨죠? 우리 동문들께서야 다 실력이 뛰어나서 회사에서도 일 다 잘 합니다. 그렇지만, 그 중 리더쉽을 보여서 임원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 졸업생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 차이를 보면 리더쉽을 발휘하는 데에 있어서는 소통 능력, 공감 능력, 그리고 자신이 솔선수범하는 능력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합니다. 이건 어려운 숙제인데 아무튼 우리 후배들을 보면 그게 좀 더 있으면 좋겠다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는 2010년에 귀국하기 전까지는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그 학교에서는 study abroad 라는 제도가 있어서 한 학기는 무조건 자매결연을 맺은 외국의 다른 학교에서 공부를 하도록 되어 있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도록 말이죠. 우리 학제 내에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방법도 있을 것 같구요. 결국에는 학창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우리나라 산업이 추격형 산업이었잖아요? 이미 선진국에서 다 해놓은 것을 빠르게 배우고 만들어서 파는 것이죠. 그 결과 우리나라가 OECD 국가가 되고 했지만 앞으로는 그런 방식으로는 안 되거든요. 당장 메모리 반도체만 해도 우리가 추격하는 입장이 아니잖아요? 끌고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에 맞춰서 교육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서울대 학생들이 학교를 다닐 때부터 세계를 바라보고 세계를 경영하는 그런 마인드를 가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를 바라보면서 이게 내가 다 뛸 무대다라고 생각하는 호연지기가 생길 것 같아요.

 

한 기업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로서 동문님께서 생각하시는 리더의 자질은 무엇인지요? 또, 구성원들에게 강조하시는 것들은 어떤 부분인지요?

 

리더의 역할로써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 제시를 잘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게 진정성이 있기 위해서는 스스로 솔선수범해야 하구요. 그 두 가지가 갖춰지지 않으면 굉장히 공허한 것 같아요.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따라올 수 있는 방향제시를 계속해서 할 줄 알아야하고 그리고 난 뒤에 뒷짐 지고 빠지는게 아니라 앞에서 끌고 나가야죠. 마치 전장의 장수가 앞에 나가서 먼저 싸우듯이, 그런 면모가 없다면 리더로서 사람들에게 좋게 평가받지 못하고 구성원들이 믿고 따라오기 어렵겠죠.

 

올해 또는 근래에 크게 염두에 두거나 계획하고 구상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우리 회사가 지난 한 5년동안 실적이 두 배가 됐어요.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급격히 발전을 한 거죠. 앞으로 더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회사의 시스템과 문화 그리고 거기에 따라가는 우리의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시켜야한다고 생각을 해요. 예컨대 몸이 두 배로 커지면 몸을 지탱하는 뼈대도 같이 커져야 그 커진 몸을 움직일 수 있잖아요. 뼈대는 안 자라고 몸만 커지면 기우뚱 할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십 년을 내다보고 우리 회사가 지금보다 더 커졌을 때에도 작동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 또 거기에 따른 역량을 갖추는 것이 회사의 경영자로서 지금 저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실제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구요. 그렇게 해서 우리 구성원들이 쓸데 없는 데에 시간을 덜 쓰고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엔지니어링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러면 구성원들도 훨씬 엔지니어로서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동문님께서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아버님이 주신 네 글자가 있습니다. 진의지덕. 참 진, 의로울 의, 지혜로울 지, 덕 덕으로 참되고, 의롭고, 지혜와 덕을 가져라 라는 뜻입니다. 붓글씨도 있는데, 저희 아버님이 강조하신 말씀이기 때문에 계속 염두에 두고 어긋나지 않게 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저희 구성원들하고 소통할 때에 제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하지만 그거는 어떻게 보면 저희 회사에 국한된 이야기구요, 그냥 제가 살아오면서는 저희 아버님이 주신 이 네 글자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이석희 동문은 1965년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1984년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를 입학하였다.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 Stanford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하여 2010년부터 5년간 KAIST교수로 근무하다 SK하이닉스로 옮겨 미래기술연구원장, DRAM개발사업부문 부문장을 맡았다. 현재 SK하이닉스 사업총괄(COO)을 맡고 있고 경영지원총괄을 겸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