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Q 김종훈 동문님, 반갑습니다. 서울공대지 독자이신 동문들께 간단히 현재 동문님의 근황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a 회사의 미래는 글로벌 시장에 있다고 생각하여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해외사업에 가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유럽에서 M&A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에서 추가적으로 M&A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도 M&A 대상 기업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연내로 유럽과 미국은 성사가 될 것 같습니다. 또 통일을 대비하여 사회의 리더를
양성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둘째딸이 둘째 손주를 낳아 4명의 손주가 기쁨이 되고 있습니다.


Q 1969년에 서울대 건축학과를 진학하셨는데 당시 건축학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a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사고를 쳐서 대학시험을 못보고 부득불 재수를 해서 서울대 건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건설회사의 사장이
되어보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고 건축은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창조의 영역이라서 멋있어 보였습니다. 졸업 후 몇 군데 회사에서 경험을 쌓다가 꿈을 구체화해 결국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Q 학창시절의 추억이나 생각나는 은사님이나 동료, 선후배가 있으신지요?
a 재학 4년(1969~73)내내 불행하게도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려 매년 휴교령이 내려져 공부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주택문제연구회」
라는 서클활동을 열심히 했으며 국전에 건축작품을 출품하느라 제도실에서 밤새우던 일이 추억에 남습니다. 제가 입학한 해에 삼선
개헌에 반대하는 집회가 아주 격렬하게 열렸고 저도 열심히 동참했습니다. 그런데 학생운동을 하면서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다 보니
예전에 다쳤던 허리가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전에 선배를 좇아 암벽 등반에 도전했다가 추락해 허리에 디스크가 발병해 서 있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몰려와서 결국 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았습니다. 2학년 때에는 다행히 학교 기숙사에 당첨되어 통학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과외공부 아르바이트는 계속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갈 때는 철거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을 지나가야 했는데 그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늘 불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졸업할 즈음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친구들이 주로 건설회사에 취업을 했는데 저는 무슨 오기였던지 시공회사에는 가기 싫었습니다. 마침 서울대에 환경대학원을 신설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지만 보기 좋게 낙방하고 말았습니다. 졸업 후 아는 선배가 하는 작은 회사에 취직해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기동창 중에는 안동만 교수, 현명효 사장, 이수문 사장, 정진수 교수, (故)신기철, 선배로는 과는 다르지만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이런 분들이 생각나며 은사님 중에는 (故)이광로 교수님, (故)주종원 교수님에 대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좀 특이한 동창으로는 공군대위로 학사 파견된 엄익준씨가 우리보다 4~5년 선배인데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Q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ment)라는 분야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하셔서, 회장님은 ‘CM전도사’ 라고 알려져 있는데 CM분야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a 저는 70~80년대 중동에서 근무했었는데 우리는 몸으로 부딪치는 일만 하고 선진국 회사에서 온 사람들은 스마트하게 관리만 하
는 겁니다. 그때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이 바로 저것'이라고 생각해 CM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래서 선진국 업체들과 같이 근무하면서 그들의 건설사업관리 과정을 눈여겨 봐 왔습니다. 그 경험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고 개인적으로 CM에 대한 연구와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자 영국 유학을 가기로 했다가 좌절되었고 그 대신 서강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을 공부했습니다. CM 분야 진출을 위해 항상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95년 5월 30일입니다. 저는 이전 직장의 부산연수원에서 그 지역 현장소장들을 대상으로 건설안전과 품질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교육을 끝내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막 들어선 순간 TV에서는 제 눈을 의심할 만한 장면이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데서 멀지 않은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고 있었습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 터진 그 날은 삼풍백화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건설산업 전체가 무너져 내린 날이었습니다. 그 이후 회사에서는 '외국인 감리'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였습니다. 외국인 감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일회성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외국의 선진 건설문화와 관행을 국내에 접목하고 정착시키는 것에 주력할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던 세계 유수의 업체들과 접촉한 끝에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및 CM회사인 미국의 파슨스(Parsons Corporation)로 합작선을 정하고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CM은 CM송을 줄인 말인가?' CM전문회사를 목표로 사업을 시작한 후 조롱처럼 자주 듣던 말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CM은 용어조차도 생소했던 터라 저 자신도 외부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CM의
개념부터 설명하기에 바빴습니다. 대학의 관련학과나 전공한 교수도 드물었고, 건설사업을 매니지먼트 한다는 개념 자체가 낯선 때
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CM전도사를 자처하게 되었습니다.


Q 한미글로벌은 CM회사이면서 미국 종합엔지니어링사인 오택, 친환경컨설팅 기업인 ㈜에코시안, 건축설계사인 Iarc 등을 인수하였습니다. 한미글로벌에 대해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2011년 미국 종합엔지니어링 업체인 오택(OTAK)을 인수하면서 선진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습니다. 최근 오택은 미국의
PM(Project Management) 업체인 ‘데이씨피엠(DAY CPM)’을 추가로 인수했습니다. 주로 공공건축분야에서 사업을 펼치는 데이 씨
피엠은 미국의 경기 호전과 미국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또 오택을 통해 해외 수주 정보
를 확보하고 상호 시너지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적극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현재 계열사 10개, 구성원 1500여명이 근
무하고 있습니다.

 

Q 한미글로벌은 2020년까지 Global Top CM/PM회사가 되겠다는 도전적인 비전을 가지고 계신데 이를 위한 중점적인 투
자 계획은 무엇인지요?

a 한미글로벌은 그 동안 세계 58개국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지난 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아카리아한미’는 신도시 PM(Program Management, 사업총괄관리) 등의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창출하여 최근엔 인력을 못 댈 정도로 일이 많습니다. 앞
으로 유럽, 일본, 호주 등 선진국 시장 공략에 더 박차를 가해 현지 기업과 합작전략, 인수합병을 통한 진출전략, 현지 자회사를 설립
하는 직접 진출전략 등 현지 여건과 사정을 감안해 세계 시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Q 최근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현황 및 전망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고, 그 가운데 한미글로벌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들
은 어떤 분야입니까?

a 우리나라 국내시장은 거의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생각됩니다. 정책적으로는 부동산에 치우친 건설정책으로 인해 시장이 많이 왜곡
되었고 기술력과 해외 진출역량이 부족하여 건설산업의 전반적인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미글로벌 뿐만 아니라 우리나
라 건설산업이 한단계 성장하려면 적극적인 선진국업체 M&A나 합작전략 또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서 글로벌 스탠다드의 능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해외사업을 한국사람 위주로 하겠다는 생각을 하루 빨리 버려야 합니다. 나아가 국내 건설산업은 주택건설 중심에서 탈피하여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Q 요즘 중국의 추격도 무서운데요, 4차산업혁명의 도래와 같은 급변하는 산업환경 하에서 우리나라 건설 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할까요? 반대로 현재 걸림이 되는 장애물이나 규제는 무엇인가요?
a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실 외국에선 잘 안 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분들이 이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용어보다도 세상
이 바뀌고 있다는 것에 중심을 둬야 할 것 같습니다. ICT가 도입되면서 모든 분야가 스마트 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Big Data,
스마트 빌딩, 스마트 시티, ICT기반의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로봇, 블록체인 등 세상이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
나 불행스럽게도 국가적으로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수많은 규제 장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만 하더라도 국가가 앞장서서 ‘우선 시도해보고 나중에 문제가 있으면 서서히 규제를 하자’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일본은 보수적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신사업분야에서는 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규제의 영향이 크고, 창업자 정신과 기업가 정신이 많이 부족하고 사라지고 있다는 것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위너가 아니라 루저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겠다는 염려도 듭니다. 전체적인 정책의 추세가 친기업적이라기 보단 반기업적으로 가고 있습니다. 경제가 심하게 허물어지고 있는데, 내년에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보여 집니다. 건설 기업에 국한해서 보더라도 앞으로 해외 말고는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좀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Q 한미글로벌이 수행한 수백개의 많은 프로젝트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중요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a 지금까지 진행한 2143개의 모든 프로젝트가 소중하고 기억에 남습니다만, 상암동 월드컵주경기장, 도곡동 타워팰리스, 국립과학
관, SK텔레콤 본사 사옥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상암동 월드컵주경기장은 회사 초기에 심혈을 기울려 완성한 프로젝트입니다. 이곳
에서 월드컵 준결승전을 관람하였는데 경기 내내 감회가 새로웠지요. 그 외에도 리비아 벵가지 신도시, 사우디 ITCC, 동계올림픽 무
대였던 평창 알펜시아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습니다.

 

Q 사회공헌은 기업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회장님은 사회공헌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셔서 다른 기업들에게 좋은 본을 끼치
고 있습니다. 하고 계신 사회공헌 사업들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기본적으로 사회공헌은 저희가 창립 때부터 열심히 했던 부분입니다. 정말 다양한 부분의 사회공헌을 하고 있거든요. 저희는 사회
공헌을 기업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포함해 모든 구성원들이 1996년 창사 이후 지금까지 전국 40여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과 함께 자본금을 마련해 설립한 복지법인인 ‘따뜻한동행’은 CM이라는 회사 특성을 살려 복지시설을 개보수하는 활동을 합니다. 직원들이 급여의 1%를 기부하면 회사에서 2%를 매칭하여 활동비를 마련합니다. 결과적으로 급여의 3%를 사회공헌기금으로 내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매달 거의 전 직원이 봉사활동을 하러 장애인시설이나 복지시설에 갑니다. ‘따뜻한 동행’에서는 주로 장애인 시설 개선이나 탈북민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CEO지식나눔’을 창립하여, 전현직 CEO들이 대학생들에게 강의와 멘토링을 하고, 창업 스타트업 멘토링을 진행 중이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건설산업비전포럼’을 만들어 15년 동안 매월 포럼을 개최하고, 연 2회 대규모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건설 산업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시킬것인가도 건설관련 기업으로서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건설 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개인이나 복지기관을 대상으로 ‘행복건설상담소’라는 건설 분쟁 무료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공학한림원 산하에 ‘한반도국토포럼’을 창설해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건설, 사회기반시설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계획하고 연구하는 포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공학한림원에서 ‘한국공학한림원 대상’의 상금으로 1억 원을 받았었는데, 건설분야에서 제가 처음 받았기도 하였고, 이 돈이 제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 사비 1억 원을 더해 ‘한반도국토포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하고 있는 게 많아 기업인이지만 제 직업이 뭔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Q 진행하시는 산학협력사업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서울대 공대와 함께 ‘차세대건설리더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16기를 진행했고 85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차
세대건설리더아카데미’는 국내 최초 건설분야 산학협력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2007년 개설된 이래 국내외 75개 대학에서 교육
생이 참여하였으며 차세대 리더 양성과 100%의 취업(진학 포함)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방학기간 중 단기 집중 캠프 형식으로 운영되는데 차세대 건설 리더를 꿈꾸는 학생에게 인기가 높아 해외 유수 대학 유학생들도 참여할 정도로 국내외 건설관련학과 대학생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도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입니다.

 

Q 우리 공과대학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회장님과 같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급변하
는 현대 사회에서 리더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어떤 준비를 더 해야 하는지, 학교가 중점을 두고 육성해야 할 부
분이 무엇인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a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실천할 수 있다면 가
능하리라 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높은 이상을 꿈꿉니다. 그러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과 실천이 따라야만 합니다. 생각만하고 실천하지 않는 다면 그 꿈은 한낱 공상일 뿐입니다. 저는 공대 후배들께도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 직접 나아가서 부딪히고 도전을 한다면 반드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 합니다. 학생때 부터 언어를 포함하여 글로벌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여행이나 교환학생 등의 해외 경험을 적극적으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또, 한 가지 리더가 되는데는 독서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독서를 취미정도로 생각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독서는 ‘인간경영’입니다. 독서를 문화로 생각하면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듯 시간이 여유가 있을 때라야 하는 취미 생활이 됩니다. 하지만 독서를 인간경영이라고 생각하면 책 읽는 것이 곧 자기생존과 관계됩니다. 제가 책 읽기를 회사차원에서 독서경영으로 적극 추진하는 이유도 동일합니다. 책읽기를 통해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는 오랜 과정을 거쳐야만 훌륭한 리더로 성장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에 서울대 공대에서 최고령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셨는데 늦은 나이에 어떤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네, 작년에 졸업했으며 그 당시 최고령이었죠. 사실은 저한테 박사 학위라는 명예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4년 전부터 공부
를 조금 더 해야겠다는 각오로 학과 공부를 하기 시작해서, 박사학위과정은 바로 마쳤지만, 박사논문을 완성하기는 사실 힘들었습니
다. 직장인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물리적 시간도 없는데 논문을 쓴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죠. 그래서 재작년에는 한 해 동안 논
문을 써야겠다고 굳게 결심해서 아예 년 초부터 산에 들어가서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논문의 기틀을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논문을
쓰기는 힘들었지만 후배들에게 45년간의 각종 경험을 남겨야겠다는 생각과 각오로 논문을 썼습니다. 지금은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
으로 책을 쓰고 있습니다. 빠르면 내년 봄에 완성될 것 같은데, 특히 건설을 하려는 발주처나 기술자 중에서도 건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원고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어떻게 보면 건설산업
에 종사하는 전문가로서의 소명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Q 한미글로벌은 건설사업관리분야 국내 최고 회사입니다. 한미글로벌이 바라는 인재상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a 우리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은 창조적 인재, 책임을 다하는 인재, 열정을 가진 인재입니다. 저는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만이 경쟁
력을 가질 수 있고 이러한 기술력은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에 인재육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을 많이 채용하는 편인데 이것은 비즈니스 패턴상 경험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신입 사원 채용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외부 인력을 회사에 맞게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회사를 처음부터 경험하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입사원 뿐만 아니라 경력사원에게도 요구되는 것은 기본 소양과 외국어 능력, 그리고 의지와 열정입니다. 강한 의욕과 도전정신을 가진 인재는 글로벌 시대 무한 경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여기에 언제나 고객의 관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재, 도덕성과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인재를 원하고 있습니다.

 

Q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상을 9년 연속 수상하였습니다. 일하기 좋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하신 대표적인 내용들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또 그 결과와 사원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a 제가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할 때 현지 학교에 다니던 딸아이가 방학이 시작되자 학교에 가지 못해 시무룩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
미있는 학교처럼 출근이 기다려지는 회사를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근하기 싫어 ‘월요병’에 시달리는 회사원들이 출근
하고 싶어 안달 나는 회사를 만들고자 창사 초기부터 ‘일하기 좋은 일터 만들기’ 운동에 동참하였습니다.
저는 또 ‘행복경영’을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고자 노력합니다. 구성원 위주의 경영, 구성원이 행복한 직장, 일하기 좋은 직장을 표방하
고 있습니다. 구성원이 행복하면 결국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고, 그 혜택이 구성원과 주주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됩니다. 일과 삶의 균형 실현을 통해 행복한 직장을 만들려고 제 자신이 노조위원장이라고 생각하고 직원들의 고충을 살피고 있습니다. 한미글로벌은 10년(임원은 5년) 근속시 직원들에게 2개월의 유급 휴가를 줍니다. 이와 별도로 5년 근속시 1개월의 유급휴가를 주는 리프레시(Refresh)휴가도 있습니다. 산전후 출산휴가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자녀 수에 관계없이 지급하는 학자금 제도 등 가족친화적인 제도를 많이 도입했습니다. 제가 쓴 책 제목이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 인데요, 조금 과장된 제목이긴 하지만 저희 회사의 모토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오너 등 몇 명을 위한 회사가 아니라 구성원 전체의 회사입니다. 구성원이 출근하고 싶어 하는 행복한 회사가 꿈의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경영이라는 테마로 전 직원이 하는 워크샵도 하고, 구성원을 위한 음악회도 합니다. 그 결과 선순환 구조가 계속 강화되고 있습니다. 노사가 대립하는 악순환 구조의 기업에 비해 직원들에게 약간의 투자를 하고 있지만, 그 투자가 오히려 더 큰 수확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경영을 우리 사회와 기업 전반에 전파하겠다는 계획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회장님께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시면서 우리 서울 공대 동문들을 많이 만나셨을텐데요, 특히 후배 동문들에게 어떤 면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 기회에 우리 동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서울대인은 다른 사람과 달라야 하고 남들에게 본이 되고 차별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속해있는 건설 분야
에서 보면 서울대 출신들이 개인이나 자기 회사의 이익만을 위하여 일합니다. 심지어 자기 회사의 이익을 위해 돈을 주고 로비를 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를 보고 있습니다. 서울대인은자기 회사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하여 일할 줄 알아야 합니다. 조선, 반도체, 원전 등 이런 산업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산업이 될 수 있느냐 고민해야하는데, 산업 전체 이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서울대인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 산업이 과거에 비해 양적으로는 굉장히 많이 팽창했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루어져야 하는데, ‘축적’이라는 측면에서 아쉽다고 생
각합니다. 산업 자체가 축적이 이루어져 발전할 수 있도록 서울대인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또 하나는 건설산업의 경우 우리 졸업생들이 글로벌 시장에 대한 안목과 이해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전자산업계에서는 부장 정도면 세계 전자시장의 판도를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데, 건설 산업체의 부장 정도 되는 사람은 세계 건설시장의 판도나 해외 경쟁업체나 선진업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너무 로컬화되어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생각과 행동이 좁아져 있습니다. 글로벌화된 관심과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동문들이 좀 더 노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한 기업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로서 동문님께서 생각하시는 리더의 자질은 무엇신지요? 또, 구성원들에게 강조하시는 것들은 어떤 부분인지요?
a 시대마다 요구되는 리더십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왕도 정치를 행하는 조선 시대에는 세종의 애민 리더십이 필요했고, 전쟁 시에
는 이순신 장군처럼 힘을 모을 카리스마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IT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의적 리더십이 각광
받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는 한 가지 리더십으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만 해도
위기 상황이 닥치거나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때, 시공사나 발주자를 설득해야 할 때 각각 다른 종류의 리더십이 작용합니다. 행
복 경영을 추구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이 발현되고, 프로젝트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제시하고 밀어붙
이는 카리스마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의 리더십이 회사의 성패를 가르고, 팀의 성과를 좌우할 수 있으므로 그 시기에 각자에
게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를 늘 고민해 보도록 구성원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Q 근래에 크게 염두에 두거나 계획하고 구상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a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출산과 결혼 문제가 개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갈수록 출
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출산을 꺼리게 하는 사회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가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라면 저와 같은 기성세대가 나서서 도와야죠. 적어도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은 아주 현실적이면서 직접적으로 출산과 육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육아휴직제도,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학자금 지원, 육아를 고려한 인사발령과 탄력 근무제, 다자녀 출산장려제도 등 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회사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동문님께서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진인사대천명과, 일신우일신을 꼽고 싶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은 알다시피 항상 최선을 다 하고, 그 다음에 천명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고, 일신우일신은 “What’s new?” 같은 서양의 인사처럼, 새롭게 생각 자체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나이든 사람도 공부해야 한다
는 뜻에서 그렇습니다. 저희 회사는 매일 새롭게 공부하고 배우도록 독서 경영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등
어떻게 보면 골치 아픈 회사죠. 그러나 저는 기업이 정부의 한계를 넘어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김종훈 동문은 1949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1969년 서울대 건축학과에 입학하였다. 1973년 한샘건축연구소에 입사하였고 1984년 삼성물산에서 근무하였다. 1996년 한미글로벌의 전신인 ‘한미파슨스’를 창업하여 건설사업관리(CM)업계의 리더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2001년에는 건설단체 총연합회가 수여하는 건설경영대상을 받은데 이어 2008년 한국언론인연합회의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을 수상하였고, 2013년 한국공학한림원 대상, 2015년에는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앞서 한국 CM협회 부회장과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 위원장,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 현재 한미글로벌(주) 회장으로 건설사업관리의 전도사, 초고층빌딩 전문가이면서 ‘따뜻한 동행’, ‘CEO 지식나눔’을 설립하여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에 힘쓰고 있다.